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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al story - 지금 이 순간 지킬 앤 하이드

by LINHEE 2021. 9. 24.

 


1883년, 기이한 모험담 [보물섬]으로 명성을 얻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3년 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라는 괴기 소설을 발표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이중적인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양면성이라는 주제에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한 이 작품에서 그는 시대보다 한 발 앞선 이야기를 풀어냈으며, 흥미진진한 소재를 다룬 소설로 불리우며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이중인격을 설명하는 대명사로서 '지킬 앤 하이드'가 이야기되는 가운데, 이 유명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뮤지컬을 통해 선보이겠다는 발상을 한 인물은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던 대학생 프랭크 와일드혼이었다. 

그는 정식으로 작곡을 배운 적은 없으나, 피아노를 배웠으며 밴드 활동을 하면서 독학으로 곡을 쓸 수 있었다. 스스로가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와일드혼은 스스로 대중의 한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였고, 그들의 입장에서 가장 듣기 좋은 곡을 쓰겠다는 단순하고도 실용적인 목표를 토대로  작업을 하였으며, 일찍이 레코듯의 관심을 받아 다수의 팝 넘버를 작곡하던 그는, 점차적으로 브로드웨이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대학 시절에 드라큘라의 연극을 보면서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물에 매료된 그는 작곡가로서 한 인간의 양면성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것에 대해 표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선택했으며, 연출가 스티브 쿠덴과 함께 작품의 틀을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뮤지컬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까지 긴 시간 동안 검증과 수정, 보완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지만 [지킬 앤 하이드]는 첫 걸음을 뗀 순간부터 플리머스 시어터에 오르기까지 무려 17년이라는 조금은 긴 세월이 필요했다. 1980년 프랭크 와일드혼이 처음 작품을 구상하고 스티브 쿠덴이 의기투합한 이후에도 한동안 지지부진한 과정을 겪던 작품에 새로운 동력이 되어준 것은 레슬리 브리커스의 합류였다. 당시에 이미 그래미상과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갖고 있던 명성 높은 작곡가이자 작사가 겸 극작가인 그는 아직 이렇다 할 경력이 없었던 두 사람에게 엄청나게 큰 힘이 되었다. 

프랭크 와일드혼, 스티브 쿠덴, 레슬리 브리커스로 삼각편대를 이룬 크리에이티브 팀은 원작 소설에서 뺄 것과 더할 것을 정리하면서 함께 가사를 썼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원작에는 없는 지킬의 비극적인 연애사를 핵심적 요소로 채택하였다. 1886년에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발표된 후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이 흥미로운 작품은 수많은 연극과 영화로 각색되었고 와일드혼과 동료들은 그 결과물을 통해 많은 교훈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일단 원작에는 없지만 대부분의 각색물에서 추가되었던 지킬의 비극적인 연애사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핵심 요소로 키우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타입인 두 여인이 한 사람의 몸에 갇힌 두 남자와 엇갈린 사랑을 하게 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와일드혼의 특기인 감성적이면서 웅장한 곡으로 가슴 절절하게 표현되었다. [지킬 앤 하이드]가 대중 앞에 소개된 것은 1990년이다. 와일드혼의 음악에 대해서는 모두가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우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의 거물급 스타 콤 윌킨슨과 린다 에더가 참여한 콘셉트 앨범 [지킬 앤 하이드]가 발표되었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곡을 쓰고 레슬리 브리커스가 가사를 붙인 열일곱 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나 [토미]가 그랬던 것처럼 공연에 앞서 대중성 있는 음악으로 먼저 작품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예상대로 'This is the moment', 'Once upon a dream' 등 작품의 주요 넘버들이 팝 발라드처럼 인기를 얻기 시작한 가운데 같은 해에 텍사스 휴스턴의 앨리 시어터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처음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 시카고를 거쳐 1995년에는 미국 투어 공연이 진행되었고 2년 후인 1997년 마침내 브로드웨이 입성이 결정되었다. 와일드혼은 이 작품을 위해 예순 다섯 곡의 뮤지컬 넘버를 작곡했지만 7년간의 지역 공연을 거듭하면서 추가되거나 삭제되는 곡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와 동선 또한 정리가 되면서 작품은 더욱 더 완성도를 높여갔다. 오랜 준비 기간이 헛되지 않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2001년 1월 막을 내리기까지 1,543회를 공연했고 42개국에서 13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관객들을 만났다.

[지킬 앤 하이드]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보통 와일드혼의 음악을 손꼽는다. 독립된 음악으로도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비롯한 굵직한 행사에서 관객들의 감정을 한껏 고양시키고, 15초 만에 소비자를 매혹시켜야 하는 광고 음악으로도 폭넓게 사랑받을 만큼 어마어마한 흠입력과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와일드혼은 대단히 새로운 수준의 예술적인 성취를 이루겠다는 도전을 하는 대신, 로맨틱하면서도 우아하고 감정의 폭이 큰 곡들로 관객들이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에서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주었다. 이 작품의 주요 곡들, 대표적으로 '지금 이 순간'은 심사위원들이 지겨워할 만큼 오디션 지망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주제를 한 몸에 깃든 두 인격이라는 설정을 통해 표현하되, 영상 매체에서 가능한 화려한 특수효과 대신 음악과 배우의 카리스마만을 대표적인 무기로 내세우는 작품으로 무대에 서는 배우에게나 객석의 관객들에게나 무대 예술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브로드웨이 초연의 로버트 쿠치올리가 이 작품으로 드라마 데스크상과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토니상 후보에 오른 것이나, 한국 공연에서 조승우를 시작으로 홍광호 등 많은 스타를 탄생시켰다. 엄청난 몰입감과 스토리 구성으로 작품을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시놉시스


성 쥬드 병원의 이사회장. 근엄하지만 위선적인 귀족과 유력자들은 반골 성향이 강한 젊은 의사 헨리 지킬이 내놓은 새로운 안건을 듣고 경악한다. 흉악범을 대상으로 인간의 악한 면과 선한 면을 분리시키는 임상 실험을 해서 인류를 구원하자는 제안에 이사진은 격렬한 반감을 드러내며 만장 일치로 부결을 시키게 된다. 

크게 실망한 그를 위로하는 것은 올곧은 심성을 가진 아름다운 숙녀 엠마. 덴버스 경의 딸인 그녀는 아버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괴짜에 외골수인 지킬을 사랑하여 그와 약혼을 한다. 엠마는 쉽지 않은 미래를 예감하면서도 사랑의 힘으로 그를 지킬 것을 다짐한다.

한편 신사들은 곧 유부남이 될 지킬을 은밀한 술집으로 데려가고, 그 자리에서 겉돌던 지킬은 포주에게 학대당하는 젊은 매춘부 루시를 도와주면서 뜻밖의 인연을 맺게 된다. 겉과 속이 다른 신사들의 이중성을 풍자하는 노래를 부르던 냉소적인 루시는 지킬의 친절과 선량함에 반하게 된다.

헨리 지킬은 고결한 성품의 소유자였던 아버지가 정신병을 앓으면서 폐인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정신에서 어두운 부분들을 분리하여 제거하여 사회의 밑바닥으로 내몰린 존재들을 구해내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 임상 실험만을 남겨놓고 있던 연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급기야 자기 자신을 실험의 실험체로 사용하기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자신이 발명한 약물을 스스로에게 주사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급격한 신체 변화와 함께 지킬의 인격은 선과 악으로 완전히 분리되면서 헨리 지킬과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두 존재가 한 몸 안에 존재하는 형태를 보여주게 되고 만다. 지킬은 자신의 상태를 되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게 되었고, 그 사이에 하이드는 루시를 찾아가 잔인하게 학대하고 성 쥬드 병원의 이사진들을 차례로 살해한다. 지킬은 하이드의 다음 제물이 될 루시를 구하기 위해 편지를 쓰지만 노력은 허사로 돌아가게 되고, 결국 루시까지 하이드의 손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게 된다. 지킬에게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한 엠마의 헌신적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지킬은 하이드와 사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그를 억눌렀다고 확신하고 결혼식장에 선다. 하지만 예식의 마지막 순간 하이드는 지킬을 비웃듯이 다시 살아나서 그의 몸을 장악하고 엠마를 인질로 붙잡아 협박을 한다. 하지만 엠마는 지킬에 대한 진실한 사랑과 믿음으로 그를 다독이고, 간신히 의식을 회복한 지킬은 더 큰 비극으로부터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어터슨의 칼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버리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